그렉 선생님의 요가 수업

Amazing Greg’s Amazing Yoga

요가반(Yogabarn) 수업 중에 조이가 추천하는 수업은 단연 그렉(Greg) 선생님의 수업이다. 조이랑 바람은 요새 그렉의 수업만 듣는 듯했다. 그렉의 수업은 작년에 우붓에 왔을 때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캐나다 출신의 키가 크고 선한 인상을 가진 이 선생님의 수업은 내 기억에는 다만 선생님의 목소리가 좋고 영어 발음이 정확해서 수업을 따라가기 편했다는 것 정도였다. 그런데 세 번째 우붓에서 경험한 그렉의 요가수업은 Amazing 그 자체였다. 다른 말로는 설명이 어려웠다.

첫날 수업이 끝나고 나는 벅차올라 말했다.

“그렉 쌤 수업 너무 좋아요!”

“그걸 이제 알았어요?”

조이는 내 몸과, 파동이 달라져서 이전에는 못 느꼈던 것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그렉은 일주일 동안 여러 종류의 요가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천천히 움직이며 ‘지금, 여기 존재’하는 나를 느끼는 인요가도 물론 인상적이었지만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수업은 둘째날 들은 빈야사 플로우(Vinyasa Flow)였다.

빈야사 플로우 시간에 그렉은 마치 인도인처럼 머리에 붉은색 터번을 두르고 왔다. 전형적인 서양인 얼굴에 옷도 캐나다인답게 편안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었지만, 붉은 터번은 마치 늘 그의 머리 위에 있었던 것처럼 아주 잘 어울렸다.

이곳에서는 보통 1시간 반 동안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시작하면서 그날 수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이뤄지고 마지막 사바 아사나 때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 넉넉한 시간 때문인지 요가 동작도 천천히 진행되는 편인데 그에 비해 빈야사 플로우는 조금 빠르게 동작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한국에 비하면 굉장히 천천히였다.

이곳에 모인 사람 모두와 함께 세 번 옴을 외치며 요가 수업이 시작됐다. 호흡과 몸을 풀기 위한 기본적인 동작이 끝나고 본격적인 빈야사 동작이 시작됐다.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아 뻗으면 내 몸안의 에너지는 팔과 다리를 통해 땅에서 태양으로 연결된다. 호흡을 내쉬며 몸통을 앞으로 숙이고 다시 숨을 들이 쉬며 반만 상체를 일으킨다. 숨을 내쉬며 플랭크 자세에서 푸시업 자세로 팔을 굽혀 땅을 향해 바짝 엎드렸다가, 다시 숨을 들이 쉬면서 코브라 자세로 연결하고 숨을 내쉬며 다운독 자세로 이어간다. 호흡과 내 몸 안의 느낌에 집중하면, 나는 사라지고 진짜 나만 남는다. 평온하고 고요하다.

아사나를 이어갈 때마다 그렉은 말했다.

“당신 안의 구루, 부처, 구도자를 만나세요.”

푸른 나무로 둘러싸인 이 요가원에서 요가를 통해 나는 내면 깊이 자리 잡고 있는 부처, 하나님, 참나를 만난다.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걸린다. 그의 요가수업은 또 다른 명상이다. 순간 퍼뜩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아, 이 모든 것을 전달해 주는 그렉은 깨달은 자구나.’

길고 역동적이지만 고요하고 평온한 아사나 뒤에 드디어 하나의 우주가 소멸하는 사바 아사나 시간. 나는 어느새 이 세상과의 접속을 끊고 살짝 잠이 든 것 같았는데 어디선가 아름다운 기타 선율이 들렸다. 꿈을 꾸는 것일까 생각하다가 다시 이 세상으로 의식이 돌아왔을 때 그렉이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수업 마지막에 그렉은 간단한 멜로디를 알려주며 ‘어머니 지구’를 뜻하는 제이마라는 단어로 멜로디에 맞춰 노래(찬팅)을 하자고 했다. 단순한 멜로디와 단순한 가사에 음악이 고조될수록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화음을 넣어 불렀고, 이 시간 이 노래가 너무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슬퍼서 흐르는 눈물이 아니라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벅차 흐르는 눈물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모두 정리하고 나갈 때,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렉에게 가 말했다.

“땡큐, 티쳐!”

그랬더니 그는 한 손을 가슴에 얹고 다른 한 손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Thank you, teacher!”

수업 후에 바람, 나, 그렉, 콜롬비아에서 온 히메나 그리고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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